영광스럽게 제가 시인으로 등단하게 되었습니다.
[현대문학사조 2017년 겨울호 신인상 작품과 등단평(1)]
1. 정광영 시인 작품
1. 장독대
정 광 영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독대
여인네들 한 푸는 자리였네
얼떨결에 시집온 젖내 나는 새아기
시어머니 추상같은 구박 서러운 나날
말리는 시누이 더더욱 밉상이라
믿을 땐 하늘 같은 서방뿐인데
먼 하늘만 쳐다보네
시어머니 몸통 같은 장독들 힘주어 닦고 나면
그간 설움 풀어지며 해설피 웃음 졌네
눈물 가득 간장독
가슴 맺힌 된장독
하염없이 구술 떨구었던 울보 시절
며늘아기 오면 업어주마 다짐했던 약속 터
크고 작은 옹기마다 희로애락 가득
세월 지나 채송화 금국화가 주인이네
인적 없는 풀밭 뒷전에서 전설되는 장독대
백발로 바라보니 모든 것이 추억일세
2. 산사의 여명(山寺의 黎明)
정 광 영
산사의 여명 사바세계를 아우른다
탐진치 삼독에 헤매는 중생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욕심에 찌든 어리석은 중생아
모든 게 허망하고 허망하다
마음을 비우고 또 비워라
물거품 환상 같은 세상 영원으로 착각 마라
산사를 비추는 여명
이 또한 허무하리라
부처가 어디 있나
저기 여명의 불탑에 내가 있구나
3. 윤회(輪廻)
정 광 영
무한정 사는 줄 알았더니
잠시 왔다 가는 게 인생이라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이제 보니 틀린 말 아니더라
이 몸이 죽어 무엇이 될 거나
한 줌의 흙이 될지라
부드럽고 보송한
한 줌의 흙이 될지라
그리하여
시냇물의 청순(淸純)함을 배우리라
미풍의 따스함을 느끼리라
수목(樹木)과 벗 되어 자연에 살리라
- 現代文學思潮 -
完 {(2017-겨울호↔4-1)=정광영 자유시 작품 심사평(1)}
- 불가적 선사상과 문학적 시상으로 뒤범벅이 된 시집 한 권쯤은 -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장독대>. <산사의 여명>, <산>, <명암>, <윤회> 등 5편중에서 <장독대>. <산사의 여명>, <윤회> 등 3편을 당선작으로 선했다.
정광영씨 작품 속에는 자연과 인간적인 순수함이란 시상으로 버무리진 느낌을 받는다. 달관이란 자연 속에 자기를 파묻고, 참 인간의 고뇌 속에 불가의 윤회정신을 곱게 수놓았기 때문이다.
우리 선현들은 선경후정(先景後情)이란 시상을 많이 만나는데, 시인의 작품은 경치적인 소재들을 손에 붙잡고 감성적인 지향에 주종을 이루고 있어 맛깔스럽고 옹골진 맛을 우려냈다.
작품1의 <장독대>은 무연 17행이지만, 내용상으로 보면 다섯 연으로 보인다. 장독대가 놓여있는 자리매김 속에 새아기와 시어머니의 대비 속에서 시적인 여운이 보인다.
비유법은 이런 대비적인 시상으로 시적인 여운을 남긴다. 그렇더라도 마음으로 믿는 구석은 낭군뿐이라는 의타심을 보이더니만, 시어머니의 분신처럼 귀중한 장독대에 웃음을 던진다.
간장독에서 눈물과 한이 맺혔던 새악시 시절과 시어머니 시절이란 대비 또한 시상의 격을 높여준다. 장독과 함께 한 살림살이는 이제 과학문명에 떠밀려 전설이 되었지만 추억 속에 어머니들의 기억을 되살리려는 시인의 먼 기억을 되살리는 모티브가 되었음도 알겠다.
작품2의 <산사의 여명>은 2연 10행이다.
제1연에서 시인은 산사의 여명은 사바세계를 아우른다고 정의했듯이, 이는 고요 속의 중생을 아우른 은유법이겠다.
삼독은 탐욕·진에·우치로 [탐·진·치]라 했으니, ‘탐(좋아함)’과 ‘진(좋아하지 아니함)’이 감정적인 측면에서 발생한 번뇌라면, ‘치’는 지적인 번뇌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시인은 중생들에서 비우라고 명한다. 자신에게 쏟아낸 냉엄한 명령이리라.
제2연에서는 재욕에 눈이 어두운 중생들에게 착각하지 말라면서 허무를 강조한다. 부처가 자신이라고 강조했던 불가의 가르침을 여명의 불탑에 대신하려는 상상력을 만나는 여명의 눈동자를 중생의 몸부림으로도 치환했으리라.
작품3의 <윤회>은 3연 12행이다. 불가의 윤회설은 중생이 죽은 뒤에 그 업(業)에 따라서 또 다른 세계에 태어난다는 것을 천명한 사상이라고 보여준다.
제1연에서는 이와 같은 선을 취하는 윤회사상에 젖었던 시인은 공수래공수거를 결코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제2연에서는 이승의 몸이 죽어 한 줌의 흙이 되겠다는 의지를 밝혀냈다. ‘그것도 보송한 한 줌의 흙이 될지라’고 하면서 부토와도 같은 흙과 무관하지 않겠다는 ‘흙의 브랜드’를 부여잡는 모양새다.
제3연에서는 시냇물의 청순(淸純)함을 배우며 미풍의 따스함을 느끼는 가운데 묘봉 없는 수목(樹木)과 벗이 되어 자연에 살리라는 영원의 삶의 의지를 밝힌다. 수목장을 미리 생각하고 있는 선사상의 윤회까지 내다보았으리라 미리 짐작하게 된다.
정광영 시인은 독실한 불교의 진리에 매력을 느끼고 있거나 거기에 심취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시상은 그의 윤회사상 전부를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그가 추구하는 불가의 사상과 무관치 않는 것도 윤회에 깊은 뿌리를 박고 있다고 본다. 우리의 역사가 법이나 규범의 제약 없이도 평화롭게 살아온 데는 이와 같은 윤회사상의 영향이 적지 않았을 것이며, 현재에도 우리 민족의 마음속에는 윤회사상이 크게 지배하고 있다고 보고자 한다.
종교의 탄탄한 길이 정박사의 시상으로 정립되어 악(惡)을 떨치면서도 선(善)에 정진하며 불가적 선사상과 문학적 시상으로 뒤범벅이 된 시집 한 권쯤이 생성되길 바란다.
2017년 11월, 심사위원 채규판(원광대 명예교수) / 장희구(글, 문학박사․시인․문학평론가)
'정광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줌마닷컴 팟캐스트여자라테 마마킹사람책 정광영소장 2018년 1월1일방송 (0) | 2017.12.27 |
---|---|
식량나눔재단 2017년 송년패스티벌 정광영 이사장 (0) | 2017.12.27 |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신인작품상을 수상하여 시인으로 등단하였습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정광영소장 (0) | 2017.12.03 |
정광영소장 흙부동산중개법인 한국부동산경제연구소 (0) | 2017.07.07 |
정광영소장 한국부동산경제연구소 (0) | 2017.07.07 |